F&B

CELLAR of TREASURES

나파밸리 포도원의 상징, 단 1%를 위한 컬트 와인

롯데백화점 한희수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컬트 와인
나파의 명성에는 언제나 컬트 와인이 뒤따른다. 컬트(Cult) 와인이란 소규모 포도원에서 만들어내는 극소량의 와인으로 종교 집단과 같이 헌신적이고 열성적인 팬을 거느린 와인을 일컫는다. 부티크 와인으로도 불리며 와인을 제조하는 공정이 모두 엄격한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생산부터 유통까지 장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고와 정성이 뒤따른 만큼 품질 역시 뛰어나 맛은 감히 평가하기 어렵다. 찬사가 이어지며 최고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컬트 와인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파리의 심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파리의 심판이란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을 두고 여러 사람이 모여 세기의 블라인드 품평회를 진행한 것. 단연 프랑스 와인이 더 훌륭할 것이라는 다수의 와인 애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모든 부분에서 미국 와인이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이 역사적 사건 이후 나파밸리의 소규모 와인 생산자들은 자신감을 얻게 됐고, 깊은 신념에 따른 와인을 제조하기에 이른다. 그 와인들은 추후 시장에서 크나큰 호응을 얻는다. 컬트 와인의 본질은 가격이 주된 것이 아닌 소수의 와인을 얼마나 많은 추종자가 따르는지가 핵심이다. 추종자들은 포도 수확부터 한 알 한 알 골라내 심혈을 기울인 컬트 와인을 맛보기 위해 메일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수개월을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불사하고도 손에 넣고 싶어 한다. 단순히 마시려고 구입하는 것을 넘어 수집과 투자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수요자는 많은데 생산량은 현저히 적고, 구하기가 어려워 가격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컬트 와인에 입문하고 싶다면 먼저 나파밸리의 여러 포도원을 알아두는 것부터 시작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희소성이라는 특별함까지 갖춘 컬트 와인을 제안한다.

오크빌 언덕의 축복, 할란 에스테이트 2017
포도를 수확하고 있는 여신의 모습을 담은 레이블이 인상적이다. 1980년대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 윌리엄 할란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나파밸리 곳곳을 뒤져 탄생한 와인이다. 경사진 언덕이 장엄한 오크빌(Oakville)은 거칠지만 배수만큼은 탁월하고 비옥한 화강암 토양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탄생한 할란 에스테이트는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대대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입 안에 확실한 존재감을 남기는 타닌감이 매력적이며 묵직하고 중후한 모카, 블랙베리 과실의 풍미가 중심을 이룬다. 750ml, 3백15만원.

두 와인 명가의 합작, 오퍼스 원 2019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의 바롱 필립 드 로칠드가 합작해 만들어낸 보르도 스타일이 농후한 와인. 캘리포니아의 포도와 보르도의 양조 기술을 대표하는 두 와이너리의 철학이 융합된 오퍼스 원은 출시와 함께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1981년 나파밸리에서 처음 열린 와인 옥션에서 케이스당 2만4000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캘리포니아 최대 와인 경매가를 기록했다. 진한 검붉은색을 띠고 처음에는 과실 향과 빵 굽는 듯한 아로마가 특징이며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감을 지녔다. 750ml, 96만3천원.

할란의 또 다른 역작, 프로몬토리 에스테이트 2018
프로몬토리는 포도밭이 계곡에서 돌출되어 나온 모양을 딴 ‘곶’이라는 뜻을 지닌다. 나파밸리 서쪽 오크빌과 욘트빌 사이에 위치한 프로몬토리 포도원은 광활한 숲과 삼림지대 10% 미만의 토지에만 포도나무를 심어 더욱 특별하다. 협곡에 생성되는 안개와 습기, 지질학적으로 비옥한 토양의 미네랄리티가 고스란히 와인에 반영되는 지리적 조건을 갖춘 이곳은 할란 양조진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본드(Bond) 와인에 속한다.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지만 맛은 매우 다른 캐릭터를 지니는 것이 특징. 할란의 경우 테루아에 집중해 복합미가 두드러진다면 프로몬토리는 서늘한 느낌과 부드러운 미네랄리티가 잘 느껴지는 산뜻한 스타일이다. 750ml, 2백55만원.

단 3개 포도밭 생산의 특별함, 헌드레드 에이커 레이스 카베르네 소비뇽 2017
2000년에 데뷔한 짧은 역사의 와이너리지만, 가장 빨리 성장한 컬트 와이너리 중 하나다. 헌드레드 에이커는 다양한 레인지를 생산하는데 레이스 카베르네 소비뇽은 단 3개의 빈야드에서 최상위 퀄리티 포도만 수확해 만든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탄탄하고 농밀한 타닌과 과즙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감촉이 길게 이어지는 다채로운 여운이 특징이다. 750ml, 1백45만원.

컬트 와인계의 슈퍼스타, 스크리밍 이글 더 플라이트 2019
더 플라이트는 컬트 와인계의 대명사로 어김없이 거론되는 스크리밍 이글의 세컨드 라인으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퀴베로 진화해 스크리밍 이글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메를로 포도 품종을 베이스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해 메를로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한다. 검푸른 과실 향과 화이트초콜릿의 풍미를 지녔으며 15년 이상 장기 숙성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750ml, 3백10만원.

Editor
LIM JI MIN
Photographer
KIM RAE YOUNG
제품 문의
02-772-3074(롯데백화점 본점 주류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