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The Beauty Scene Now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그들이 말하는 뷰티의 세계

ALEXANDER McQUEEN 폴디드 프런트 셔츠, 테일러드 팬츠, 가죽 벨트.

비상하는 드래그 아티스트 나나영롱킴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작업에 희열을 느껴요. 일상에서는 가발을 쓰고 스팽글이 달린 글래머러스한 옷을 입을 일이 많지 않은데, 캐릭터 자체에 푹 빠지곤 하죠.” 화려한 메이크업과 눈길을 사로잡는 의상, 빛나는 퍼포먼스로 국내 파티 신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여성미가 돋보이는 디바의 모습으로 변신을 도모하는 나나영롱킴이다. 그의 도전적인 이미지는 켜켜이 쌓여 이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퍼포머를 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나나는 늘 최근에 선보인 공연이 베스트라고 표현한다. 모든 공연이 다 특별했던 건 그만큼 열정을 쏟아부어서일 터다. 단 2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할 거라고. 이번 화보 촬영을 위해 의상과 콘셉트를 결정할 때도 그 하나하나 의미 있는 시간을 더해갔다. 그는 공연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과거 미대를 준비하던 실력을 발휘해 수준급의 메이크업을 선보이는데, 이를 활용해 틈틈이 아카데미나 대학에 메이크업 특강을 나가기도. “아무래도 드래그 문화가 클럽에 기반하다 보니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어요. 사람들의 기준과 잣대를 모두 따랐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거예요. 드래그 퍼포먼스 자체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이자 즐거운 쇼로 봐주면 좋겠어요.” 공연에 오르기 전, 거울 속 화려한 모습도 맨얼굴의 모습도 모두 아름다운 나나영롱킴의 모습이다.

PRADA 크롭트 가죽 재킷, 메탈 헤어클립. LOEWE 데님 팬츠.

모델 이수현, 젠지의 새 얼굴
2004년생 이수현을 향한 매체와 뷰티 광고의 러브콜이 뜨겁다. 큰 눈과 동그란 얼굴로 트렌디함과 대중성까지 사로잡은 매력이 단연 으뜸이다. 소녀 같은 순수함과 젠지 세대의 스타일을 동시에 품고 있다. 무표정에서 드러나는 묘한 우아함은, 2년 차 신인 모델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촬영 현장에 대한 이해력도 빠르다. 콘셉트에 맞춰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표정과 손짓으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촬영장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으니 말이다. 이수현은 대형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아이돌 연습생 시절을 보내다 모델로 전향한다. 한 차례 큰 결심을 한 만큼 전문 모델로 활약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은 범상치 않다. 매일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등산과 사이클로 체력 관리를 하며, 영화와 음악으로 문화적 자양분을 얻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그에겐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절치부심의 시간이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지금 시대를 대변하기 위한 얼굴이 되어가고 있다.

빗앤붓 박내주, 손으로 찾아가는 고유한 힘
헤어스타일링이 크리에이티브 영역으로 진화하기까지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과 긴 시간이 존재한다. K-팝이 전 세계 대중문화의 한 축이 되면서 한국 스타들의 헤어 메이크업이 주요한 뷰티 트렌드가 되고 있다. 박내주 원장은 BTS를 비롯해 엑소, NCT, 르세라핌의 헤어스타일링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터다. 특유의 진지함과 성실함으로 내공을 쌓은 박내주 원장은 올해로 경력 25년 차다. 텍스처와 구조적인 표현 요소를 함축한 남성 헤어에 매료되었던 그는 섬세한 빗질과 손으로 비주얼 영역에서 감정의 영역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길이와 컬러 정도만 논의돼온 과거에 비하면 헤어스타일링 세계는 더 구체화되고 깊어졌다. “제품이나 기술적 측면에서도 크게 발전했죠. 과거와 결정적인 차이라면 개개인의 얼굴형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접근하며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특정 트렌드를 다수에게 주입하기 위한 시스템은 창작의 영역에서는 불가능하다. 빅데이터로 표본을 추출하는 시대여도 손과 빗으로 직접 머리카락 한올 한올 만지는 창의적인 과정 없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개인마다 다른 고유성을 찾는 일. 그것이 그가 바라보는 최신 헤어스타일링의 핵심이다.
헤어숍 시절부터 슈퍼스타가 모이는 빗앤붓의 수장이 되기까지, 박내주 원장은 어느 한 챕터도 제외할 수 없는 빽빽한 시간을 지나왔다. 유튜브 콘텐츠로 직업의 매력과 신뢰도를 높이고,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은 헤어 제품을 최근에야 개발했다. 더 큰 규모의 사업을 전개할 수 있지만, 그것이 빗앤붓의 강점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의 진솔한 행보는 그 자체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에게 신뢰를 주는 과정이 되고 있다.

LOEWE 레이어드 디자인의 셔츠 드레스, 클래식 레더 펌프스.

우선 이명선, 개성과 자연스러움 사이의 마법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수 약 300억 회, 범접할 수 없는 인기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블랙핑크는 멤버 각자의 개성이 강하고 그 차이가 뚜렷하다. 이명선 원장은 블랙핑크가 가진 개성 넘치는 매력을 메이크업으로 더욱 빛나게 한다. 특별한 무기는 없다고 시종일관 손사래 치지만, 연습생 시기부터 함께하며 세계적인 팝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금의 블랙핑크를 만든 그의 공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명선 원장은 어떤 화려한 메이크업에도 멤버의 개성을 살린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제니의 눈썹과 눈 사이에 있는 점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모든 멤버가 저마다 가진 예쁘고 아름다운 면면을 같은 무대 콘셉트에서 분명히 드러나도록 메이크업을 연출한다. 이명선 원장은 그 노하우로 메이크업 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섬세한 터치가 가능한 브러시를 손에 꼽았고, 전문 브러시 제작을 이끌었다. 눈의 모양과 각도, 양쪽 입꼬리의 높낮이, 얼굴 대칭, 굴곡진 부위를 캐치하며 개성은 살리되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한국 메이크업 산업에 영향을 준 일본의 J-뷰티는 어떤 브랜드든 메이크업 제품의 질감만 보아도 일본 제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한다. “J-뷰티와 달리, K-뷰티는 다채로워요.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특성이 명확하다 보니 새롭고 다양한 제품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개성을 포용하는 시대, 이명선 원장은 다름으로부터 오는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그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풀오버, 팬츠, 슈즈.

퓨린 피부과 김연진의 자신감을 위한 행보
퓨린 피부과 김연진 원장은 22년 경력의 피부과 전문의로 일명 ‘상담 잘해주는 동안 언니’로 통한다. 환자의 피부를 자신의 피부처럼 여기고 치료하면서 가까운 언니같이 지낼 수 있는 어딘가 모를 친근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진정성 있는 카운슬링으로 다수의 방송 매체에 출연한 경험이 있으며,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피부 고민 해결사’로 불리기도 한다. 김연진 원장이 주력하는 분야는 노화와 안티에이징. 과거 피부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연령층은 40~6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20~30대 젊은 층도 피부 노화 고민으로 병원에 발걸음을 한다고. “피부 처짐과 탄력 저하로 인한 피부 고민으로 써마지나 울쎄라 같은 시술은 가격이 높은데도 인기가 높아요.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연령층이 낮아졌다는 것이죠.”
김연진 원장은 건강한 피부를 가꿔주는 최신 기술과 장비를 다루지만 노화에 대응하는 필수적인 요소는 표정 관리라고 강조한다. 보톡스로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평소 습관 교정으로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무엇보다 표정 관리의 첫걸음은 자신감이다.
“‘아름답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요. 모든 건 마음가짐이죠. 저희 어머니만 보아도 여든이 넘으셨는데 여전히 손녀가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궁금해하고 매무새를 가꾸며 늘 자신감 넘쳐요. 저도 그 점을 배우려고 해요.” 아름다움을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고 자신감을 갖는 것’은 김연진 원장의 뷰티 철칙이기도 하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리브리스 톱, 와이드 팬츠.

운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도현
다부진 근육질 체형의 남자가 손에는 가녀린 메이크업 브러시를 들고 모델들의 얼굴을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활기 넘치는 광고 촬영 현장과 백스테이지에서 누구보다 에너제틱한 남자, 김도현의 이야기다. 10년 차 경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도현은 전공을 살려 메이크업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언제나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에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학창 시절부터 전형적으로 마른 체질이던 김도현은 여러 운동을 접하며 체중을 증량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매일같이 헬스장에 가는 것은 물론 러닝, 축구, 수영, 복싱과 같은 취미로 체력을 단련했다. 최근 복싱의 매력에 빠져 운동 성장 스토리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센도가 될 남자>까지 개설하며 체력 단련에 진심을 다한다. 그에게 운동과 메이크업은 같은 공통분모를 지닌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행위라는 점. 그리고 아름다움의 조건이라는 점이다. “직업 특성상 저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촬영 현장에 투입되는데 매번 다양한 이들과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절로 활력이 생겨요. 사진이나 영상 등 결과물이 발현될 때 느끼는 성취감은 운동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땀 흘려 에너지를 쏟았을 때의 개운함 같은 것이죠.” 그에게 운동은 나쁜 에너지를 몸 안에 두지 않는 정화 작용이자 뷰티 리추얼이다. 그가 오늘도 땀 흘리는 이유다.

Editors
HAN JI HEE, LIM JI MIN, PYO SUN AH
Photographer
SHIN YOO NA
HAIR
조은혜
MAKEUP
이아영, 박수연
STYLIST
박정아
MODEL AGENCY
모델디렉터스
ASSISTANT
이채린, 강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