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Family Affair
사진가들이 빚어낸 가족의 초상.
Emma Hardy, ‘Delaying Checkout’
Emma Hardy
가족의 온도
세 자녀와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에마 하디(Emma Hardy)의 ‘Permissions’ 시리즈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포착된 일상의 장면들은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와 가정생활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Emma Hardy, ‘Pietà in Red Swimsuits’
Emma Hardy, ‘Cooking Eggs’
Emma Hardy, ‘Coathooks’
작업의 시작점 이 프로젝트는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애정을 담아 셔터를 눌렀지만, 촬영하기 전에는 꼭 가족의 의사를 물었다. 보통 상업사진을 촬영할 때는 피사체의 허가가 필요한데,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모습을 촬영할 때 의사를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진가로서 이러한 지점에 불편함을 느꼈기에 이 작업에서는 가족의 의사를 존중하고자 했고, 프로젝트명도 ‘허가(permissions)’라고 붙였다. 작업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 전형적인 가족사진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진실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카메라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포즈를 취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개인 작업에서는 최대한 감정적이고 본능적으로 내 앞에 일어나는 일에 반응하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반응하고, 그 반응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지적인 매뉴얼이 아니라 내가 해온 경험으로 인해 단련된 심장과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사진 작업에서 중요하다고 믿는다. 사진에 담긴 구체적인 순간들 체크아웃이 늦어져서 아이들이 지루해하고 있는 순간, 아이가 피어싱을 하기 직전의 말간 얼굴, 고양이처럼 코트 걸이까지 기어오른 아이의 모습, 남자 친구와 통화하는 어머니의 모습, 한여름 늦은 오후에 세차하다 아름다운 빛을 만난 순간 등이 사진에 담겼다. 빨간 수영복을 입고 아이와 함께 촬영한 사진은 종교화에서 풍부한 영감을 받았던 어린 시절의 미술 수업을 떠올리며 작업한 작품이다. 이 작품들의 빛과 색은 나를 구성하는 성분의 일부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행동과 엇박자의 순간들을 사랑하며, 인간과 자연과 동물의 조화에 매료된다. 이들은 아름답고 독특하며 예술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이 사진 작업을 통해 알게 된 것 붙잡아둘 수 없는 상황이나 대상을 통제하기보다는 수용해야 한다는 것. 지나친 애착은 종종 사랑을 방해한다. 떠나보내는 법을 배우고 삶이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두었을 때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 사진에 담고자 한 것 내 사진이 항상 즐거움이나 기쁨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도 색깔과 빛, 그림자의 깊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싶다. 나는 이 사진 작업에 가정생활의 진정한 에너지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나의 지극히 사적인 기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을 떠올린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또한 무엇보다 기쁜 일은 나의 가족들이 이 기록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다.
Courtesy of Emma Hardy, www.emmahardy.com
Jenny Lewis, ‘Karla and River from the Series One Day Young’
Jenny Lewis
모성의 위엄
분만 후 24시간 이내의 산모와 아이를 담는 프로젝트 ‘One Day Young’ 시리즈를 진행한 제니 루이스(Jenny Lewis)의 작업은 여성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모성의 위엄과 성취, 원시적 사랑에 주목하는 그의 작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라는 책으로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Jenny Lewis, ‘Caroline and Silas from the Series One Day Young’
분만 후 24시간 이내의 산모와 아이를 사진에 담은 이유 일반적으로 직계가족에게만 주어지는 마법 같은 순간, 그리고 이제 막 어머니가 된 여성과 아이의 강인함과 본능적인 몸짓을 담고 싶었다.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고 여성을 지지하기 위해서, 또 여성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 작업을 통해 탐구하고자 한 것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여성들을 정서적으로 돕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자신의 위엄을 마주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랐다. 이 작업은 사랑과 권한 부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만트라다. 촬영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시각적 이미지로 완화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출산 후의 여성을 편안한 집에서 찍는 것이 중요했다. 분만 후 24시간 이내의 그들은 여전히 자기 자신이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여성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을 만나게 된 계기 사진 속 여성들은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참가자를 모집하는 포스터를 붙이고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많은 여성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인위적으로 이들 중 누군가를 선택하고 싶지 않았기에 참여를 원하는 여성 150명을 모아 사진을 찍었다. 많은 여성과 연결되고 그들의 경험을 시각화함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돕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만남 낯선 사람의 집에 초대받아 새로 태어난 아기의 처음 몇 시간을 목격하는 것은 정말 특권이었기에 모든 만남을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공기는 강렬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낯선 신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를 갖기 위해 수년간 시험관 시술을 받아온 한 여성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 임신에서 출산 중 아이를 잃어 새로운 아이를 만나는 과정에서 큰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던 여성과는 삶과 죽음을 둘러싼 대화를 나눴다. 또한 넷째 아이를 낳은 여성,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0대 엄마, 젊고 신나는 커플 등을 만났다.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었지만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여성의 몸짓에서 한결같이 자연스러운 리듬이 흐르고 있었다.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사랑의 실마리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 막 탄생한 가족 안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서로를 돌보는 부부의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나는 아이를 세상에 낳기 위해 전투를 겪은 파트너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얼굴에서 존경심을 보았다. 이 사진은 기본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것이지만 남성들이 이 사진을 통해 모성의 힘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나는 여성들의 용기를 시각화하고 싶었다. 그들의 순수하고 정직한 성취에는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이 포진해 있었다. 그들은 동물적인 몸짓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품에 안긴 아이를 확인했고, 아이에게 매혹되었다. 이 사진 작업을 통해 배운 삶의 교훈 사진 촬영은 나의 몫이었지만 모든 여성들과의 공동 작업이었다. 나는 이 모든 만남을 통해 낯선 사람들과 깊이 연결될 수 있고, 공개적으로 물리적인 사랑을 보여줄 수 있으며, 그것이 전염되는 감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확실히 여성에 대한 더 큰 존경심과 유대감을 느꼈다. 우리는 이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Courtesy of Jenny Lewis, www.jennylewis.net
Deanna Dikeman, ‘Leaving and Waving’
Deanna Dikeman
일상생활의 영웅들
작별 인사를 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일상생활의 부드러운 유머를 담은 디에나 다이크먼(Deanna Dikeman)의 사진은 일상의 진정한 영웅인 우리 모두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한다. 지극히 사적인 동기로 시작한 디에나의 사진 작업 ‘Leaving and Waving’, ‘Relative Moments’ 시리즈는 많은 사람에게 닿아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고 있다.
Deanna Dikeman, ‘Relative Moments’
부모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의 시작점 1991년에 부모님 집을 방문한 후 차를 몰고 떠나는데 마침 카메라에 필름이 있어서 재미로 작별 인사 사진을 찍었다. 당시 엄마는 화사한 핑크색 블라우스와 남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뒤로는 푸른 하늘과 잔디, 빨간 집이 있었다. 진입로 끝에서 나에게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이 다정하고 장난스럽게 보였다. 딸로서, 사진가로서 참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 작업이 본인에게 가지는 의미 이 프로젝트는 내가 37세일 때 시작해 63세일 때까지 지속되었다. 부모님이 90세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가 다시 집을 방문하기 전에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마지막 사진 한 장으로 부모님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깊어졌다. 결국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이 프로젝트는 끝났다. 일상생활 속에서 카메라를 들게 되는 순간 주로 빛의 질이 좋을 때 카메라를 꺼낸다. 늦은 오후에 부모님 집 뒷마당에 떠 있는 태양이 빛날 때, 혹은 어머니가 부엌 싱크대 앞에 서 계실 때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어머니의 손을 아름답게 비출 때. 나는 잔디를 깎거나 설거지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영웅적 행동으로 만드는 도전을 즐겼다. 사진은 일상적 순간에서 부드러움과 유머를 발견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사진에 담고자 한 것 나는 평생동안 고향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다. 자신의 출신지와 가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나는 부모님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7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했고,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짜내야 했다. 나의 사진은 가족의 순간을 개인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점차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프로젝트가 되어갔다. 이렇게 개인적인 작업이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사진 작업을 통해 배운 삶의 교훈 미래에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될지 지금은 모른다. 예술은 슬픔과 상실에 도움이 되며, 지금의 끈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보상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진부한 말이지만, 우리는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그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Courtesy of Deanna Dikeman/Institute, www.deannadikeman.com
Marna Clarke, ‘Changing Lightbulb’
Marna Clarke
나이 듦의 여정
마르나 클라크(Marna Clarke)는 70세를 맞이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Time As We Know It’ 시리즈의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서로의 삶을 도우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자신과 파트너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에는 나이 듦의 여정을 용감하게 겪어나가는 과정이 담겼다.
Marna Clarke, ‘An Intimate Moment’
나이 듦을 탐구하는 작업의 시작점 70세가 되었을 때, 내가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 내 파트너 이고르(Igor)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날수록 이 사진들은 우리의 변화를 고스란히 기록해주었다. 프로젝트명 ‘Time As We Know It’은 남미 작가 유도라 웰티(Eudora Welty)의 소설에서 따왔다. 웰티는 한 사람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주관적인 시간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건의 실제 시간이 아닌 사건을 해석한 이의 순서를 따라 흘러가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작업이 본인에게 가지는 의미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나이 듦에 관한 책을 읽고, 자신의 노화와 그에 따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열려 있는 친구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미국 문화에는 나이 듦에 대해 고정관념이 있다. 나는 나이 듦에 대한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려 했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웃고 울고 소리치는 법을 배웠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이 경험한 가족의 형태 원가족은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과 나였다. 나는 결혼을 했다가 이혼했고, 이후 두 아이를 홀로 키웠다. 현재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가족이 있다. 여전히 그들이 다치거나 아프면 두렵고, 나를 무시하면 분노를 느끼고, 자주 볼 수 없을 때는 슬프고, 모두가 함께 있을 때는 기쁘다. 때로는 압도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사랑이 가정생활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사랑이 부재하는 가정은 다양한 장애가 생긴다. 가족 내에서 교차하는 감정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무한하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해지는 것이다. 사진은 진실을 드러내기에, 정직한 태도를 고수하려고 노력한다. 이 사진 작업을 통해 배운 삶의 교훈 이 프로젝트가 14년째를 맞이하면서 나는 같이 사는 이의 장점과 단점을 존중하는 법,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순간에 머무르는 법, 그리고 대상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이 외에 이 작업을 통해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들의 목록을 만들면 다음과 같다. 경청하는 것(이것은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다). 최선을 다하는 것.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자주 웃고 유머를 통해 긴장을 푸는 것. 솔직해지는 것. 나의 재능을 활용하는 것.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마지막 5%에 집중하는 것. 관대해지는 것. 도전하는 것.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Courtesy of Marna Clarke, www.marnaclarke.com
Editor
KIM JI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