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STYLISH BEDFELLOW

패션 브랜드가 호텔을 체험의 무대로 바꿔놓는 방법.

© Grand Hotel Timeo by Belmond

스킨케어와 호스피탈리티 정점의 만남 [그랜드 호텔 티메오의 디올 스파]
디올 뷰티는 프랑스의 ‘슈발 블랑 파리’ ‘호텔 뒤 카프 에덴 록’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 두바이의 ‘더 라나 호텔’ 등 최고급 호텔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스파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디올 스파가 들어선 ‘그랜드 호텔 티메오’는 최고의 웰니스 체험 공간이다. 이탈리아 휴양지 타오르미나에 1873년 문을 연 호텔은 바그너, 테너시 윌리엄스,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등 문화·예술계 명사들이 즐겨 찾은 곳이다. D. H. 로렌스가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집필한 공간으로도 알려졌다. 디올 스파는 그랜드 호텔 티메오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정원 중심에 자리한다. 사이프러스 숲 사이,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디올 스파의 트리트먼트 오두막이 나타난다. 공간은 아늑하고 전망은 탁 트여 있다. 완벽한 평온 속에서 웰빙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시칠리아 자연에 대한 경외를 담아 만든 스파 프로그램은 기존 디올 스킨케어 고객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그너처 트리트먼트는 준보석을 활용한 스톤 마사지다. 이번 디올 스파 건축은 로마에 거점을 둔 써티원 디자인 플러스 매니지먼트(ThirtyOne Design+Management)가 맡았다.
ADD. Grand Hotel Timeo, Via Teatro Greco 59, 98039 Taormina, Sicily, Italy
WEB. belmond.com

© Hotel Cala di Volpe by Dolce&Gabbana

D&G의 아이코닉 프로젝트 [호텔 갈라 디 볼페]
돌체앤가바나는 세계적 비치 클럽과 협업해 ‘DG 리조트’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패션과 인테리어를 아우르는 돌체앤가바나의 다양한 제품과 스타일을 적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다. 2024년에는 무려 일곱 지역의 클럽와 협업을 했다. 클럽마다 다르게 적용한 디자인 콘셉트가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프랑스 생트로페의 팜펠로네 해변에서는 ‘카사 아모르’와 손잡고 형형색색의 시칠리아 패턴을 활용해 보헤미안 분위기를 완성했다. 시칠리아 패턴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수 풀을 보유한 이탈리아 갈루라 해안의 ‘호텔 칼라 디 볼페’에도 등장한다. 이탈리아 포르토피노 국립공원 내 비치 클럽 ‘르 카리용’에서는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청량한 초록색과 흰색을 매치했다. 단 두 가지 컬러지만 클래식한 패턴과 대담한 스케일로 화려함을 더했다. 스페인 마르베야의 글래머러스한 클럽 ‘라 카바네’,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 자리한 포시즌스 계열의 ‘산 도메니코 팰리스’, 미국 롱아일랜드 동쪽 끝의 ‘거니스 몬톡 리조트&시워터 스파’는 시원한 잉크 블루 컬러로 여름 수영장의 활기를 강조했다. 브랜드의 디자인 유산을 공간에 잘 녹여낸 성공적 협업이다.
ADD. Hotel Cala di Volpe, Porto Cervo, Costa Smeralda, Italy
WEB. dolcegabbana.com/dg-resort

©Armani Hotel&Resorts

패션 하우스의 디자인 철학을 공간으로 [아르마니 호텔]
아르마니는 패션 하우스 겸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두 분야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들의 공간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특유의 절제미를 반영하고 있다. 아르마니 호텔 &리조트도 마찬가지다. 2010년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에 들어선 첫 번째 아르마니 호텔은 패션과 호스피탈리티의 만남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세계 최대 쇼핑, 미식, 엔터테인먼트 명소인 두바이 몰과 연계해 럭셔리 패션 여행의 완성형을 제시했고, 이후 패션 하우스들의 호텔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르마니 호텔은 연이어 밀라노에서도 자신들의 슈트처럼 우아한 은신처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아르마니의 가장 최근 공간 프로젝트는 2024년 10월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문을 여는 ‘아르마니 빌딩’이다. 빌딩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아르마니 까사 부티크, 아르마니 레스토랑으로 구성된다. 2025년에는 세 번째 아르마니 호텔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디리야에 들어설 예정이다.
ADD. Armani Hotel, P.O. Box 888 333, Burj Khalifa, Dubai, UAE
WEB. armanihotels.com

©Hotel des Horlogers

오데마 피게의 정교한 기술로 구현한 건축 [호텔 데 오를로제르]
패션 하우스가 참여한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요소는 물론 디자인이다. 하지만 기존 호텔의 레노베이션이나 협업을 하는 경우 브랜드의 정체성을 완전히 담아내는 데는 분명 한계점이 존재한다. 직접 건축을 도맡아도 패션 브랜드의 개성을 건물 외관이나 구조에 온전히 적용하기는 어렵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가 소유한 ‘호텔 데 오를로제르’는 그래서 특별하다. 오데마 피게는 1857년부터 호텔로 사용되던 유서 깊은 부지를 인수하면서 현대식 생태와 에너지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건물을 세웠다. 설계를 맡은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BIG)은 전 객실에서 지역의 숨 막히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유리 파사드를 도입했다. 계곡을 향해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슬라브 구조, 자연색 프레임 안에 연결감 있게 나열한 창들은 주변 경관과 시적인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시간의 영속성을 보여준다. 실내외 모든 타일, 거울, 유리 패널, 공예품 등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깊이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세심히 설계되었다. 이 모든 것이 스위스 명품 시계의 정교한 기술과 미학적 가치를 우아하게 은유한다.
ADD. Hôtel des Horlogers, Route de France 8, 1348 Le Brassus, Switzerland
WEB. hoteldeshorlogers.com

©Ritzparis

디자인 거장에게 헌정하는 공간 [리츠 파리 코코 샤넬 스위트]
패션 브랜드와 호스피탈리티의 관계는 일방적인 구애가 아니다. 호텔들은 자신의 역사와 감성을 증명하기 위해 인연 깊은 패션 아이콘에게 공간을 헌정하곤 한다. ‘사보이 호텔 런던’은 2021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구찌와 대규모 협업을 진행했다. 이때 로열 스위트룸을 ‘구찌 플레이스’로 단장했다. 구찌 창업자가 사보이 호텔에서 벨보이로 일하며 상류층 고객의 취향을 파악했다는 인연 때문이다. ‘런던 브라운스 호텔’은 2023년 ‘폴 스미스 스위트’를 오픈했다. 영국의 패션, 산업 디자인에 한 획을 긋고 기사 작위를 받은 폴 스미스가 브라운스 호텔의 이미지와 닮아서다. 코코 샤넬에게 스위트를 헌정한 호텔은 두 곳이다. 스위스 ‘로잔 팔라스’는 샤넬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를 떠나 머문 곳이다. 다른 한 곳은 ‘리츠 파리’다. 리츠 파리는 명사 헌정 마케팅의 선구자 같은 존재로 찰리 채플린, 헤밍웨이, 쇼팽, 피츠제럴드, 마리아 칼라스 스위트도 있다. 물론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설레는 코코 샤넬 스위트는 가브리엘 샤넬이 실제로 34년간 집처럼 이용한 공간이다.
ADD. Ritz Paris, 15 Pl. Vendôme, 75001 Paris, France
WEB. ritzparis.com

Editor
LIM JIMIN
CONTRIBUTING EDITOR
LEE SUKM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