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E

베트남의 숨겨진 보석, 사빠

고산지대 사빠로부터 찾은 새로운 매력.

사빠의 판씨빵산 정상.

베트남 하노이를 기점으로 북쪽과 남쪽을 길게 가로지르며 4박 5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그중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곳을 꼽자면 단연 사빠(Sapa)다. 사빠는 중국과 국경을 접한 베트남 서북부 라오까이성(Lào Cai)의 해발 1,650m 고산지대에 자리한 마을이다. ‘베트남의 스위스’로 불리는 사빠는 유럽의 럭셔리하고 웅장한 건축물과 베트남 소수민족의 생활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 하면 으레 떠오르는 덥고 습한 날씨, 붐비는 야시장의 모습이 조금 전형적이라 느끼는 사람들에게 사빠는 베트남의 신선한 매력을 전한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차로 5시간을 달려 사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 고산지대의 서늘한 기후와 짙은 안개에 싸인 마을은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빠는 19세기 초 프랑스의 관료, 기업인들이 하노이의 더위를 피해 휴양차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럽식 건축물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중에서도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축물이 있었으니, 노란색 벽과 돔 구조의 웅장한 모습을 한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Hôtel de la Coupole Mgallery)다. 세계적 건축가 빌 벤슬리(Bill Bensley)가 디자인한 호텔은 사빠의 대표적인 럭셔리 호텔이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여행용 트렁크들과 화려한 빈티지 모자,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빌 벤슬리가 7년간 호텔을 위해 수집한 소장품이다. 그는 오래된 수집품을 통해 프랑스와 베트남의 협력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한편 빌 벤슬리를 비롯해 호텔 방문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온수 수영장이다. 녹색 대리석 기둥, 분홍색 샹들리에, 화려한 분수가 있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수영장은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 중심에는 올림픽 수영 선수의 다이빙 자세에서 영감을 받은 조각상이 일렬로 서 있다. 누구든지 그 우아한 자태를 보자마자 당장 수영장에 뛰어들어 따뜻한 물결을 가르고 싶게 만든다.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의 로비.

호텔에서의 여유로운 한때를 뒤로하고 사빠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자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 불리는 판씨빵산(Phan Xi Păng)으로 향했다. 판씨빵산은 호앙리엔 국립공원의 명소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 내부는 판씨빵 케이블카 역까지 가는 산악기차인 푸니쿨라가 연결돼 있어서 트레킹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쉽게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큰 고도차로 기네스북에 오른 케이블카다. 해발 3,143m의 정상까지 약 6,300m 길이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안에서 숨 막히는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 열두개 소수민족의 터전이자 가파른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계단식 논은 특히 9월에 금빛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그렇게 도착한 정상에는 안개 속에서 서서히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는 청동 대불상이 있었다.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불상으로 높이는 20m가 넘고 50톤 이상의 구리로 제작됐다. 상층부에는 청동 대불상이 자리하고, 중층부는 불교 강연장으로 쓰이며, 하층부는 방문객들이 차와 채식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부처의 장엄한 모습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식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사빠 여행의 재미였다. 그중에서도 소수민족인 레드 다오족의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레드 다오 하우스(Red Dzao House)’를 잊을 수 없다. 레드 다오족의 전통 건축양식을 갖춘 오두막 형태의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바깥 날씨와 달리 음식과 사람들의 온기가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마늘을 곁들인 팬 요리, 꿀을 곁들인 구운 오리, 버섯 소스의 풍미가 일품인 쇠고기 스테이크, 닭고기 핫팟 등 현지의 대표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지역 특색이 가미된 베트남 커피, 재스민차, 라오까이 맥주, 레드 다오 와인 등의 음료까지 더할 나위 없는 미식 경험이었다. 또한 레드 다오족을 시작으로 블랙 흐몽족의 깟깟마을, 다양한 소수민족의 공예품과 가옥, 생활 소품 등을 재현해놓은 반 메이 빌리지(Ban May Village)를 가볍게 산책하며 사빠 소수민족의 새로운 면면에 푹 빠져볼 수 있었다.

사빠 시내 모습.

여행의 시작과 끝은 비행기를 타는 일이다. 이번 여행에 이용한 베트남 국영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은 1956년부터 항공 노하우를 쌓아왔으며 40여 개의 국내선, 60여 개의 국제선 등 다수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신예 항공기 에어버스 A350-XWB와 보잉 B787-10 드림라이너를 통해 매일 하노이로 향하는 노선을 운항한다.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드림라이너는 787 시리즈 중 가장 큰 모델이라 여행의 시작과 끝을 더욱 쾌적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베트남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혜택이 많다. 그중 베트남항공의 ‘프리 애드-온(ADD-ON)’ 서비스는 한국-베트남 국제선 1구간당 베트남 국내선 1구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트랜짓 투어는 한국에서 유럽이나 호주로 가기 위해 베트남에서 7시간 이상 경유할 경우 무료로 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빠의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안개에 덮인 웅장한 풍광은 잊히지 않을 정도로 멋있었다. 판씨빵산 정상에서 마주한 거대한 청동 불상처럼 사빠는 이 도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얇은 베일 뒤로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주는 여행지임이 분명하다. 안개가 덮인 풍경도 충분히 운치 있지만, 비교적 화창한 시기에 여행하고 싶다면 3월부터 5월 또는 9월부터 11월 사이를 노려보면 좋겠다.

이번 사빠 여행에 이용한 베트남항공은 국영 항공사답게 베트남 여행에 특화한 프리 애드-온(ADD-ON), 트랜짓 투어 등 유용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EDITOR
BAEK KAKYUNG
photo
COURTESY OF VIETNAM AIRLINES, SUN WORLD, PARK EUNHWAN